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일로는 아주 적은 돈만 벌 수 있다면
얹혀 살던 친구 집에서 나와 당장 지낼 곳을 구해야 한다면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갚기에는 막막한 빚이 생겼다면
아픈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잃었다면
이런 상황이 가정이나 꿈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어떤 순간을 마주하게 될까.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일까.
그럴듯한 선택지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서 흔들리던 마음을 내어주었다면
그래서 ‘어제’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오늘’ 하고 말았다면
후회하고 또 후회할까. 아니면 후회하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은 거야, 속삭이다가
너. 너 때문인 것 같아, 곁에 있는 사람이 미워질까.
끝내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싫어지고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 사라져간다면
그때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런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었다.
(…)
한번도 본 적 없는 당신의 얼굴도 상상했다.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 모르더라도 스치듯 닿을 수 있다고, 어느 한 순간 함께일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20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