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도쿄 '메지로의 새 집'에 들어가 산 지 벌써 30년. 무언가 잃어버린 청춘을 확인했던 70년대, 상실감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 개인과 타자 및 사회와의 관계를 모색했던 80년대를 거치면서 그는 새로운 시대의 감성을 묘사한 역작을 잇달아 발표했고, 사회 윤리의 탐색을 성공적으로 표현해 왔다.
자칫하면 상실감의 뒤안길에서 생겨나기 쉬운 감상으로 도피하는 일도 없이, 또는 거품으로 가득한 고도 자본주의의 한가운데서 금욕과 청빈의 논리로 빠져 버리는 일도 없이 그는 언제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응해 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