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백 주년이 되는 해이다. 백 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 도처에서 숱한 기념 행사가 예고되어 있다.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세계에 어깨를 견주는 나라의 하나로 올라섰으니 마음껏 축제를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3.1독립선언서〉는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고 있으니, ‘세계가 개조되는 큰 움직임에 발맞추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축제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3·1운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재화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우리의 삶을 보듬어주는 울타리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 속에 들어 있는 구절이다. 그것은 선언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우리 헌법 1조에 명시된 ‘민주공화국’과 ‘국민 주권’의 뿌리가 바로 임시정부를 거쳐 3·1운동으로 소급되기 때문이다. 3·1운동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일거에 왕조국가와 제국주의를 뛰어넘어 민주공화국의 이념을 국가 목표로 설정할 수 있었다.
3·1운동은 어느 특정한 날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1919년 3월 1일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시위가 중심을 이루지만, 그 이전에 이미 독립운동의 주무대인 만주와 일제 식민주의자의 수도 동경 한복판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3월 1일부터 두 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천 2백 회가 넘는 시위가 진행된 거족적인 운동이었다. 만주와 연해주, 미주 등지의 해외 동포들도 시위운동에 동참하였다.
독립을 위한 투쟁에 나선 우리 민족의 주장은 ‘독립선언서’ 속에 생생히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3개의 ‘독립선언서’를 수록하였다. 누가 뭐라 해도 거족적인 독립운동의 불쏘시개가 된 것은 〈3·1독립선언서〉였다. 우리가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주장한 유려한 문장과 비폭력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을 더하고 있다. 청년들의 기백이 표출된 〈2·8독립선언서〉와 육탄혈전(肉彈血戰)을 방략으로 제시한 〈대한독립선언서〉는 우리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염원과 기개를 한층 뚜렷이 각인시켜주었다. 본격적인 만세시위가 시작되면서 국내외에서 무수한 ‘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지만, 그 내용과 정신은 이들 3개의 선언서로 귀결된다 하겠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중국의 5·4운동과 베트남,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민족운동에 희망의 빛이 되었다. 우리의 3·1운동 역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제창된 민족자결주의는 물론 러시아 혁명, 아일랜드 독립전쟁의 영향을 받았다. 좀 더 소급해 올라가면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3·1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해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3·1운동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은 미국, 아일랜드, 베트남 세 나라의 독립선언서를 더불어 수록하였다.
3편의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와 인류 역사상 중요하게 평가받는 3편의 독립선언서를 비교하고 함께 읽음으로써 3·1운동의 문명사적 의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자랑스러운 우리의 ‘독립선언서’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