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제재소 나무 켜는 냄새가 좋았다. 학교를 오갈 때 수북이 쌓인 톱밥을 보면 어린 마음에 참 포근했다. 향기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종이밥 먹는 신문사에 별 고민 없이 들어갔다. 햇수로 24년째다. 쏟은 시간만큼 소출은 많지 않았다. 허기진 마음이 책 쓰는 길로 이끌었다. 시작은 두려웠다. 편집을 처음 배울 때처럼. 그래도 좋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보다 낯섦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이.
고등학교 때 무턱대고 시 동아리에 들어갔다. 감성이 메마른 탓인지, 시가 어려운 탓인지 깊게 사귀지 못했다. 잠시 머물다가 나왔다. 그래도 시를 멀리하진 않았다. 틈틈이 읽었다. 짧지만 강렬한 매력에 끌렸다. 밥벌이인 편집과 묘하게 맞았다. 10여 장의 원고에서 한 줄 제목을 뽑아내는 작업은 시 창작과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집은 힘 빼는 일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힘을 빼려 그렇게 힘을 쏟고 있었다니. 한겨레신문사 편집에디터로 일했다. 다시 새로운 도전을 궁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