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순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그 중에 거의 절반, 남편의 부임지를 따라
이국 땅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이삿짐을 수없이 싸고 풀었습니다.
그 때마다 이삿짐 보따리에 몰래 들어와 있던 그리움….
낯선 도시들, 다른 문화와 기후
그리고 사람들과 적응해가는 동안에도
그리움은 저를 보챘습니다.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머물던 곳
그곳에서 만났던 꽃, 새, 나무, 사람들
그리고 이별
그 속에서 느끼던 순간순간의 감동과 아픔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 삶에 찍혔던 점들이
사라지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혼자 껴안고 지니기에는 너무 무거워
이제는 비우고 싶어
글로 남기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큰 용기를 내어
그리움을 세상으로 떠나보내려 합니다.
그러나 조용히 살아온 것에 익숙한 내 삶이
뒤늦게 세상 밖으로 나가 흔들리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또한 넋두리처럼 풀어놓은 글솜씨도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은
친구 이선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날마다 그리운 사람, 어머니
내 그리움의 원천인 어머니 영전에
시 한 편 읽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