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교’ ‘고을학교’ ‘간도학교’를 이끌며 인문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가는 길 위의 스토리텔러.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최연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한때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을 때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인문학이었습니다. 헌책방을 순례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일찍이 관심을 갖고 있던 ‘서울’과 ‘조선’에 대한 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었고, ‘걷기’와 ‘스토리텔링’ 컨텐츠를 결합한 서울학교를 개교하였습니다. 이어서 지역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고을학교’와 항일유적지를 둘러보는 ‘간도학교’를 만들고, 조선통신사 길, 열하일기 길 등 인문여행의 지평을 해외로 확대하였습니다. 지금은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로서 도예문화와 도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기도를 일주하는 경기도 둘레길을 놓는 일에 지혜를 보태고 있습니다.
서울은 무척 넓고 깊습니다.
서울이 역사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삼국이 한강유역을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우던 삼국시대로, 한반도의 패권을 잡기 위해 한강은 반드시 차지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남쪽 수도라는 뜻의 남경이었고, 조선 개국 후에는 새로운 도읍 한양이 세워졌으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망국의 한을 고스란히 감당한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병되는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서울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문화유적을 남겼으며, 개항 이후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펼쳐 놓은 근대문화유산 또한 곳곳에 산재해 있어, 서울이 부려놓은 역사 문화유산은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 깊이와 넓이만큼 온전하게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많은 문화재가 불타 없어졌고, 일제강점기에는 의도적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훼절 왜곡시켰으며, 한국전쟁의 참화도 겪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유적들은 개발시대의 산업화 논리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버렸습니다.
이런 연유로 지금 접하고 있는 서울의 문화유산은 점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러한 점들을 하나하나 모아 선으로 연결하고, 그 선들을 쌓아서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을 세워 입체적인 온전한 서울의 문화유산으로 재구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록 역사유물은 남아 있지 않더라도 신화, 전설, 역사서, 지리지, 세시풍속기, 풍수지리지 등이 구전과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어 어느 정도는 의존할 수 있겠지만, 그 기록들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역사적 상상력'으로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관심 콘텐츠는 ‘걷기’와 ‘스토리텔링’입니다. 두 콘텐츠를 결합한 '이야기가 있는 서울 길'이 서울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인문역사기행에 소박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5시간 정도 걷는 거리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차례의 현장답사를 통해 개발하고 ‘서울학교’ 역사기행을 통해 지난 6년 동안 검증한 콘텐츠들입니다.
서울학교 4기 개강과 함께 그동안 숙제처럼 미루어두었던 여러 동무들의 피땀 어린 성과물을 묶어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6년 동안 함께 길동무가 되어주었던 서울학교 학생 여러분들, 그리고 좋은 사진을 제공해 준 총무 김순태 님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은 길 떠나는 이들의 나침반 정도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문화유산의 보고인 서울, 그 길을 함께 나서는 길동무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입체적인 ‘서울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201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