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을 세상에 꺼내놓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답을 내는 과정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뼈를 깎아내는 심정으로 버텼다. 이야기를 쓰고, 또 쓰고, 여러 크고 작은 세계가 무너지고 나서야 여러분이 마주한 이 어두운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다. 후유증이 다소 남기는 했지만, 이 험난했던 창작의 과정이 내 삶에 좋든 나쁘든 큰 족적을 남겼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소설은 진공보다도 가벼운 어떠한 것이므로, 독자라는 거대한 존재에 의해 쉽게 어그러지며 변형된다. 그만큼 독자의 해석에 따라 소설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내가 쓴 모든 책들을 재료 삼아 여러분이 자신만의 요리를 세상에 내놓았으면 한다. 여러분이 책에 관해 쏟아내는 모든 주장이 곧,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