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엔 시간이 많아 책을 그냥 읽었다. 대학에선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면서 책을 골라 읽었다. 지금은 하루 평균 50여 권의 책등을 보는 서점 직원이다. 책을 특별히 좋아한 적은 없다고 여겼건만, 어느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어떤 책이 재미있어요?”
기자인 남편을 만난 첫 자리. 어색하게 물었다. 출판 기자와 서점 직원이라면 당연히 주고받았을 화제, 책. 남편은 그때 여러 권의 문학책을 추천해주었다. 예의상 했던 나의 질문에 남편은 진심으로 답해주었다. 한 권은 이미 읽었고, 나머지 책들도 내 취향에 딱 맞았다. 그때, 이 사람과는 책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책으로 이렇게 취향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런 사람과 26주 동안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마주보면서 글을 썼다. ‘책일기’는 정말이지 마라톤 코스 같았다. 더구나 읽었던 책의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 뛰어야만 했으니. 지칠 만도 했지만,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있어 숨가쁜 구간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고마웠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을 만난다. 그러나 2017년에 만난 어느 책들은 참으로 특별했다. 그것들은 조금이나마 나를 움직이게 했다. 좌우, 혹은 위아래로. 그 책들을 이곳에서 발견한 누군가가 있길 소망해본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그랬듯 밀어주었으면.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어느 곳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2017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