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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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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성경의 부부들>

김준수

김준수는 탁월한 글쟁이다. 그의 글은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로 세상에 알려졌다. IMF 국난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팔을 걷어붙인 1998년 2월에 나온 이 자전적 에세이는 실의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이 책은 아름답고 현란한 문체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비소설 부문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달렸고, 그해 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김준수 작가는 인간과 신과 이 세계에 대해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누에가 고치를 짓고 명주실을 뽑아내듯, 그는 자신의 생각을 풍성하고 빛나는 언어로 거침없이 잘도 토해 내‘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 작가는 문학만 아니라 신학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문학, 인문, 신학의 경계를 쉼 없이 넘나드는 그에게서 우리는 경이로운 눈으로 지성과 영성의 세계를 탐험한다.

김 작가는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현 금융감독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과 현대그룹 등에서 근무했다. 50대 초반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신학 수련을 받은 후, 졸업 이듬해 Fuller Theological Seminary 목회학박사 과정을 하면서 교회를 개척했다. 신학대학원 입학과 동시에‘Charis Bible Academy’를 창설해 독특하고 은혜로운 성경 강좌로 성경의 세계를 열어 보이며 많은 목사, 교수, 선교사 등 전문사역자를 배출해 냈다.

저서로는《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킹덤북스, 2017), 《바른말의 품격 상 ‧ 하권》(밀알서원, 2018), 《말의 축복》(CLC, 2019), 《그래도 감사합니다》(북센, 2020) 《에덴의 언어》(북센, 2021),《창세기를 캐스팅하다》(밀라드, 2023)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는 《그날, 12월 31일》(밀라드, 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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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그날, 12월 31일> - 2022년 10월  더보기

이 책은 픽션에 약간의 논픽션을 결합한 소설이다. 소설이니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한 신비한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써볼까 얼핏 생각난 건 근 20년 전의 일이었다. 지적인 데다 친절하고 매력적이며 영감이 넘치는 초로의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오랜 세월 동안 몽글몽글 가슴에 품고 살아오다 마침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으니 어찌 감개가 무량하지 않겠는가. 이필선 교수. 그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지식인이었다. 그는 동굴 같은 마음을 지녔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분이었다. 나는 그를 선뜻 스승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누구나 결함이 있고 문제를 부둥켜안고 낑낑대며 살아간다. 나의 스승에게 결정적인 문제는, 모년 모월 모시에 예수님의 재림으로 이 세상이 종말을 맞게 되고 지상에 천년왕국이 세워질 거라고 과도하게 확신했다는 데 있다. 그가 확신한 지구의 종말은 두 번째 밀레니엄이 끝나는 서기 1999년과 세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하는 서기 2000년이 겹치는 시점이었다. 정확하게는 한국시간으로 1999년 12월 31일 자정. 나는, 무명의 한 젊은 작가를 내 분신으로 내세웠다. 이 책은 젊은 작가 김현수가 대학을 조기은퇴한 수학교수를 만나 1998년 크리스마스이브 저녁부터 1999년 12월 31일 밤 열두 시까지 겪었던 진기한 일들을 다뤘다. 나머지는 회상이다. 한 해 동안의 모든 사건들은 두 번째 밀레니엄의 마지막 날을 향해 치달았다. 세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서기 2000년을 앞두고서 사람들은 관심이 많았다. 그런 관심은 1982년 한 유행가 가사에서도 나타난다. 서기 2000년이 오면 인류는 로켓을 타고 저 멀리 별 사이 우주 공간을 날고,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이 계속되고, 우리의 모든 꿈은 이뤄질 것이라는 멋들어진 가사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그 노랫말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서기 2000년은 우주를 격변하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저 단순한 한 년도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사람들은 로켓은커녕 비행기도 맘대로 못 타고 있고, 코로나 전염병에 쩔쩔매고 있으며, 여전히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테크노토피아가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자지러들고 있다. 아름다운 지구는 무차별 개발 경쟁으로 파괴되고 있고, 높이 솟은 고층빌딩에는 무기력한 빈곤과 실업 군상들의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애써 감추려 하지만 내심으로는 불안하다. 현재 우리의 삶이 지금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데서 불안은 가중된다. 현재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영원한 삶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종교적 기대는 갈수록 퇴색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현대인들의 마음은 현재의 세계에 결박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가. 미래보다는 현재적인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야 하느냔 말이다. 결코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삶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또한 미래의 삶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문제는 그 종말이 언제 있는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종말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다. 인간이 가타부타 참견할 일이 못 된다. 우리네 삶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은 현실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미래를 안다고 장담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종말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사건들과 대화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약속과 신뢰,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 이 세상과 저 세상, 신앙과 이성, 희생과 헌신과 같은 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신문기자를 관두고 문학을 하겠다며 겁 없이 문단에 뛰어든 무명의 젊은 작가 김현수, 그의 연인이며 고고학 박사인 윤희재, 현재의 삶보다는 종교적 열광과 세상 종말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수학박사 이필선. 이들 세 사람이 맞닥뜨리는 ‘시간’은 1999년 12월 31일 자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그 시간이 왔다. 이 세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나는 그중 이필선 교수의 캐릭터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그분이 독자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게 될지 궁금하다. 주인공 현수는 그분을 스승으로 받들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기기묘묘한 이런저런 사건들을 경험한다. 나는 가급적 현수가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도록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 더러는 현수가 틀렸다고 작가인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종교적 신념이 강한 이필선 교수가 옳든 자유분방한 휴머니스트인 현수가 틀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 간절한 소망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보고 얼마간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다. 이 책은 ‘종말’(혹은 메시아의 재림)과 ‘사랑’이 키워드이므로 죽음에 대한 단상이 띄엄띄엄 나온다.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는 것, 그것도 가장 가까운(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는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내가 죽음을 너끈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따금 꾸는 꿈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병사로 전쟁터에 나가 칼을 휘두르며 백병전을 치르다가 적에게 가슴을 찔려 죽임을 당할 때 나는 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설 《모비 딕》의 담대한 선원 쾨퀘그와는 성분이 다르다는 걸 자인한다. 그는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가 파상풍에 걸려 죽을 운명에 처하자 동료 선원들에게 자신의 관을 미리 짜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이다. 나는, 바다를 동경해 포경선을 타기는 했지만, 사납고 거대한 고래인 모비 딕과의 혈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마엘이고 싶다. 더욱이 그 혈투가 인간의 집착과 광기에서 나온 것이라면 말이다. 이런 나를 독자들은 겁쟁이라고 비웃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젊은 나이에 불운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지독한 불운 앞에서도 신세를 탓하거나 신을 원망하거나 하는 따위의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들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죽음이 두려울 뿐이다. 아니, 독재자처럼 우쭐거리는 죽음으로 인해 소중한 삶을 앗기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이 어이없게도 죽음으로 소멸된다면 대체 우리는 죽기 위해 이처럼 처절히 살아왔다는 것인가. 아름다웠던 감정들의 공허감, 소중했던 의미들의 허무감, 찬란했던 연민들의 절망감! 아아, 죽음은 엄청나게 큰 고래가 포경선과 선원들을 삼키는 것처럼 그 입을 벌려 무자비하게 삶을 삼켜버리는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엄연히 이 땅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는 사람들이다. 편견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보지 않는다면 내가 한가하게 무가치한 것을 지껄이는 수다쟁이가 아니라, 얼마만큼은 여러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유토피아는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그때, 저 멀리’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 현실에 감겨 있으면서 ‘지금, 여기 가까이’ 우리 삶에 숨 쉬고 있는 어떤 것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당신의 인생을 사랑하라, 라고. 나는 당신이 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길 바란다. 2022년 가을.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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