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저자서평
21세기 들어 외국어 교육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들 변화 가운데 특히 우리의 주목과 관심을 끄는 분야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과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조만간 학교 교육의 근본 틀을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현재 학교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교육 활동이 이제는 무의미하고 필요 없는 과목으로 전락할까?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우리의 두뇌에 언어 사용 칩 하나만 심어놓으면 세상의 모든 언어를 이해, 표현할 수 있을까? 등의 다소 생뚱맞아 보이지만 나름 상당히 숙고할 가치가 있는 질문들이 외국어 교육과 관련하여 자주 제기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외국어 사용과 관련하여 신(God)께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에게 내리신 바벨탑의 저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국어 교육자들은 외국어 사용과 관련된 인공지능이 특정한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나 인간 언어 사용의 근본적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외국어를 포함한 사람의 언어 기능은 마치 어린이의 신체 성장과 같은 일종의 생물학적 기능이기 때문에 모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사용 능력 습득이 칩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소 거창하게 본 저서의 시작을 이렇게 하는 것은 외국어 사용을 포함한 인간의 언어 능력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훈련되었을 때 가장 온전하게 습득된다는 불변의 진리를 본 저서의 저자들은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 사용의 경우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정규 교육과정을 통하여 지도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은 해당 언어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역할이 학생들의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습득 성공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소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외국어 교육 환경에선 선생님께서 어떻게 지도하시냐에 따라 학생은 궁극적으로 해당 언어의 원어민 수준에 근접해 갈 수도 있고, 때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외국어 학습 도중에 발전이 멈춰버리는 일종의 화석화(fossilization)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본 저서는 우리나라 영어교사의 입장에서 학습자들의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켜주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지도 원리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본 저서의 작업에 참여한 저자들은 모두 지난 수십 년 혹은 수년에 걸쳐 우리나라 초-중등 영어교사 양성 및 재교육을 위한 교육 활동에 직접 관여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영어교육 환경 특히, 초급 단계의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 기관에서 가르치고 있는 지도교사들에게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는 외국어 교육의 일반 원리와 구체적인 지도 방안을 정리하였다.
본 저서는 외국어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 기능, 즉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발음 각 훈련에 대한 근본적인 지도 원리와 이 원리를 토대로 응용한 구체적인 지도 활동의 예를 설명한다. 각 장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부분에서는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둘째 부분에서는 각 기능 별 실제 지도 방안이 제시된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은 본문 내용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점검하기 위한 연습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본 저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초-중등 영어교사를 배출하는 교육대학교, 일반 종합대학교, 교육대학원, 일반대학원의 예비교사와 현장교사들을 위한 교수법 교재를 목표로 작성되었으나, 공교육, 사교육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에게 영어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을 위한 지침서로 또한 활용될 수 있다. 부디 본 저서가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이 되길 저자 일동은 소망한다. 또한 본 저서에서 혹 발견될 수도 있는 모든 종류의 오류와 미비한 점은 오로지 저자들의 책임임을 밝힌다. 끝으로 본 저서가 출판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문화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춘천 대룡산 자락 아늑한 동산 석사골 집현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