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끄러움을 참으며
빛과 어둠이 교대로 도는 시간이 이어지고 많은 이들은 진실로 위로 받을 순수한 몇 마디 말이나 몇 줄 문자를 간절히 원합니다. 미안하게도 나에겐 강가의 키 큰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나누어 주듯이 위로의 말이나 글을 건네 줄 소질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예전 큰 느티나무는 바닷가의 등대 같아서 길잡이도 되지만 그 그늘은 펄떡이는 가슴으로 강을 오르내리는 목마른 뱃사람들이 그리워하는 풍성한 마당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가끔 나도 여울 비탈에서 서서 작은 키로도 나루가 있음을 미리 알리는 나이배기 나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과분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무의 자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 삿대가 필요한 사공에게 베어질 수도 있겠지만...... 뿌리는 살아 숨었으니 곧 새로운 곁순을 틔워 올릴 것입니다. 이건 나무를 키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아는 일입니다. 나의 시심 역시 오래된 나무의 깊은 뿌리와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누구에게나 진실로 나를 털어보여야 하는 일에 온몸은 달아오르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점점 새파랗게 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작은 사발 하나 안고 얕은 꿈을 꾸는 저를 넓은 사랑으로 지켜보시고 넉넉한 울타리 되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점에 많은 꾸중 보내주시면 깊이 새기겠습니다.
더욱 자신을 가다듬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