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학에 다니는 사촌형이 있었습니다. 형은 학교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주?주역?토정비결 등을 토대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상담해 주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형이 저한테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물어본 후 어떤 스님이 쓰신 《인생12진법》이라는 책을 보면서 “너의 성격은 어떻고, 너는 초년운은 어떻고, 너는 이런 직업이 잘 어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를 졸라 4,500원을 주고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서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의 운세를 봐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 책을 통해 우리 가족들과 서로 알지 못했던 성격을 발견해 보고(그 내용이 사실이던 아니던), 더 나아가 비밀의 내용도 함께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난 정부가 출범하였던 2013년 2월 당시에 저는 ‘한국고용정보원’(고용노동부 산하)에 재직하고 있었는데요.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 위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발촉하였고, 여기에 2년 동안 청년멘토링팀 전문관으로 파견 나갔습니다.
파견을 나가자마자 정부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바로 착수한 것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청년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툴(ex. MBTI 검사, 교류분석, 에니어그램 등)을 접했고, ‘에니어그램’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이라는 성격 유형검사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아마 초등학교 때 《인생12진법》에서 느꼈던 유사한 감정 때문이었는데요. 우리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에니어그램 검사 후에 함께 이야기하면서 빠르고 쉽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되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일했던 2년 동안 에니어그램을 가지고 1,200여 명이 넘는 전국의 청년들과 만나 함께 인생도 고민해 보고 진로도 설계해 보면서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8년간 재직했던 한국고용정보원을 2015년 퇴직한 이후 ‘한국학습진로테라피연구소’를 설립했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에니어그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을 강의를 통해 뵙기도 하고, 개인컨설팅을 통해 자녀의 성격 유형별 학습법과 진로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년 동안 500여명의 학부모와 자녀들을 만나면서 에니어그램에 대해 설명 드리고 함께 고민했던 흔적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우리 가족, 친구, 직장동료, 학부모님, 청년들과 쉽게 가까워지고 고민했던 것처럼 자녀분들을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이 책의 ‘성격 유형별 추천 진로’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직업연구자료’를 활용했는데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신생 및 이색직업’, ‘한국직업전망’, ‘한국직업사전’등 정부의 공신력 있는 자료를 성격 유형별로 분류해서 제시하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처음 들어보는 직업들이 많으실 텐데요. 자녀분들은 향후 10년 뒤에나 직업을 가지기 때문에 현재의 직업보다는 미래의 직업에 관심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신생 및 이색직업’을 중심으로 추천하였습니다.
이 책은 어느 누구나 쉽게 에니어그램을 접할 수 있게 이론을 과감히 탈피하고 간단한 검사를 통해 우리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자녀를 이해하고 서포트하는 데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