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나의 만남은 2016년 가을에 이뤄졌다. 나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노인을 위한 죽음준비교육 교재를 쓰기 위해 나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야말로 ‘죽음’이 이어준 위대한 스승과의 만남을 강행한 것이다. 일본 죠치대학(上智大學)은 가톨릭 예수회 소속으로 성 소피아 성당과 함께 도쿄에 있다. 은퇴한 신부님이 머물고 있는 죠치대학의 사제관 1층 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아 접견실로 들어갔다. 그분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떨리고 설레었다. 이윽고 만나게 된 알폰스 데켄(Alfons Deeken) 신부는 몇 번의 수술과 암 투병 이후에도 굉장히 밝고 힘 있어 뵈는 모습이었다. 그는 멀리 한국에서 죽음을 연구하기 위해 건너온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운 인사를 끝으로 돌아서 나오는 나를 그가 불러 세웠다. 그러고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꼭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사제관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신부님의 손에 들린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잘 살고 잘 웃고 좋은 죽음과 만나다(生き よく笑い よき死と出會う)』, 그는 이 책의 번역을 당부하며 한국 사람들에게 ‘나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좋은 삶’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이렇듯 여행을 통해 받은 귀한 선물이다. 그와 함께 한 시간은 온몸에 전율과 감동이 전해지는 그런 만남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만남이 ‘죽음’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나에게 큰 응원이 되어준다.
이 책은 제1장 〈내 삶과 죽음의 출발점 - 전쟁 중의 유년 시절〉, 제2장 〈삶과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만남 - 책으로부터, 선구자로부터〉, 제3장 〈보다 편안한 죽음과 마주하기 - 생사학(生死學)이란?〉, 제4장 〈유머 감각의 권장 -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과 에필로그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4년 개정판은 일본에서 3만 5천 부 이상 판매되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책에는 ‘죽음과 제대로 마주보기, 죽음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죽음에 대해 배움으로써 삶의 소중한 의미를 재발견하기,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살기,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생의 여정에서 남겨진 하루하루를 카이로스로 여기며 살기’ 등 삶과 죽음을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담겨있다.
그는 늘 도전과 응전으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가 경험한 삶과 죽음, 소중한 만남을 통한 고찰, 제3의 인생, 소중한 시간의 의미가 이제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귀중한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아름다운 삶과의 마무리를 위해 매 순간 잘 웃고 잘 살고, 좋은 죽음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알폰스 데켄과의 만남과 벅찬 감동을 함께 하려고 한다.
2017년 10월 길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