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영어학은 건조했고 영문학은 버거웠다. 그러다 영어교육이라는 사람 냄새나는 전공을 발견하고 매우 기뻐했다. 일반 회사 생활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어 대안으로 ‘교사가 되어볼까...?’하다가 진짜 교사가 되었다. 선생님 노릇은 상당히 재미있었던 한편, 해가 갈수록 베테랑 교사가 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해가 갈수록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더더욱 알 수 없어졌다. 교사생활 4-5년에 한 번씩 사춘기를 맞아 각종 휴직을 빌미삼아 적극적으로 다른 길을 기웃거리는 패턴을 보이다가, 두 번째 사춘기에 학교 현장에 대한 첫 번째 책 '세 교사맘 이야기'를 쓰게 된다.
첫 번째 책을 통해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기쁨을 깊이 누렸다. 이것은 초중고대 대학원까지 이르는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글에 대한 순수하고 강렬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급격히 up된 자신감과 의욕을 재료삼아 두 번째 책 '자퇴를 희망한 세 고교생 이야기'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암울할 줄은 몰랐던 출산과 신생아 육아의 터널을 지나, 사랑하는 엄마를 갑자기 천국에 보내는 슬픔과 절망에 사정없이 휘청이며 이 얇디얇은 책을 2년 만에 겨우 완성했다.
휴직이 길어지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대한 글을 놓지 못하고 있으니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스토커가 된 기분이다. 그들은 나를 잊었겠지만 나는 그들을 기록한다. 그리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깨달으며 한없이 마음이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