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원 인간문화연구 박사과정 수료.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인간문화창성과학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명예교수. 전공은 프랑스 복식, 문화사.「복식의 중세」(경초서방), 「색으로 읽는 중세 유럽」(강담사), 「도해 유럽 복식사」(하출서방신사)가 있다.
귀부인의 드레스는 언제나 호화찬란했습니다만, 어째서 귀부인은 눈부시게 꾸며야 했을까요? 물론 자신의 미를, 때로는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아름다움과 재력이 사회적인 권위와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귀족은 신에게 선택된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치가 허용되었고, 그래서 귀족 신분이 보장되었고, 사람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던 것입니다. 귀부인에게 검소한 차림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풍속화에는 살롱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마차에도 오르지 못하는 거대한 스커트나 가발이 그려지고, 초상화에는 전신에 보석을 흩뿌려 무거워 보이는 주얼리 코스튬이나 음식이 빠질까 봐 걱정되는 주름진 칼라가 그려져 있습니다. 귀부인의 옷차림은 불편 그 자체였는데 그 역시 그들의 의상이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귀부인으로서의 위엄을 표시하기 위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초상화는 귀부인들의 일상의 한 토막이 아니라 지위와 신분을 보여주고자 그렸습니다. 시녀에 둘러싸인 귀부인은 생활의 편의성을 생각할 필요도 노동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부러 무겁고 답답한 의상에 몸을 감싸고 특권층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생활의 편의성이라는 현대적인 가치에서 해방되면, 우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귀부인의 옷차림은 우리에게 상상력의 지평을 알려줍니다. 이 책은 과거 여성들의 상상력 넘치는 패션을 보여주고, 응용을 더해 새로운 패션도 제안합니다. 시대의 패션 트렌드를 정확하게 따라, 일러스트로 알기 쉽게 해설한 가벼운 서양복식사이자 동시에, 사랑스럽고 화려한 드레스를 바탕으로 한 참신한 창작 패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창조적인 디자인은 신체를 꾸미는 기술인 패션의 참뜻을 잘 보여줍니다.
자, 이 책을 손에 쥐고 패션이라는 꿈의 세계로 날아올라 봅시다.
토쿠이 요시코(서양복식사가,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