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되도록 남에게 내세울 만한 어떤 일도 하지 못했다. 시를 쓴지도 이십 년이 넘었지만 습작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러니 찌그러진 깡통처럼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굳이 시집이라 내놓으니 부끄럽고 작가의 소개란에 이런 글을 써야 하니 더 부끄럽다.
이십 년 전 이자 정자 유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사각의 관 안에 아버지 육신을 모시고 장례를 치렀다. 화장한 뼈는 산천에 뿌려드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사각의 책 속에 아버지 삶을 기록하고 또 한 번의 장례를 치른다. 나는 어떤 상주인가,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