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번 돌아오는 희수(囍壽)년을 맞아 졸고(拙稿)로 이 책을 내면서 느끼는 애환(哀歡)과 깊은 감회(感懷)가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간다.
팔순(八旬) 가까이 살아오면서 이렇다 한 큰일을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이 여시(如矢)라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있구나!
지난 세월, 예나 지금이나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 바쁘다는 순서로 치면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서 몇 번 째 안될 만큼 바쁜 사람이 바로 나인 것 같다.
나는 한 가지 업(業)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2십대 공직생활과 30대 언론인 생활을 잠시 했었지만 그 업(業)은 바로 붓글씨를 쓰는 서예가(書藝家)라는 업(業)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도 나는 팔자에 타고 난 탓인지 서예에만 몰두할 수 없는 몇 가지 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업(業)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내 자신의 운명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서예 말고도 또 내가 소흘(所訖)히 할 수 없는 업(業)이 또 있다는 것은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전생의 어떤 업장(因果應報) 때문에 그리 된 것 아닌가하면서 자위(自慰)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업(業)들도 대체로 보람 있고 뜻있는 업(業)인 바에야 바쁘다는 이유로 피해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솔직히 나는 서예가(書藝家)이면서 우리지역 문화발전과 문예 진흥을 위해, 그리고 예술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영일이 없이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땀 흘려 노력해 온 일들이 곧 우리가 사는 고장, 대전과 충남에 대한 애향심의 발로요, 문화 불모지라 불려온 우리 고장의 문화적 성장을 위해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내는 다섯 번 째 수필집(隨筆集) 에서도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고장에 대한 애정과 충정을 담고 호소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부족한 글이지만 많은 분들의 따뜻한 질정(叱正)과 성원을 기대하며, 글을 쓴다는 부끄러운 모습 하나를 감히 남기고자 한다.
2019년 희수(囍壽) 년에
오류동 만수제(萬壽齊)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