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많은 문학회에서 어깨너머로 시를 곁눈질하게 되었다.
시 얘기에 끼어들고 시가 문학의 뿌리임을 깨달았다.
은유와 상징으로 모티브를 시로 형상화해보는 재미를 느꼈다.
혜존惠存으로 받은 모든 시집이 텍스트였다.
여행 중이거나, 산책 중이거나, 취중이거나, 소설을 쓰는 중에
언뜻 스치는 모티브를 메모했다.
‘미미한 대상의 떨림’을 포착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상과 자연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과 사회와 역사에서 얻은
모티브를 ‘에두른 글’이라는 폴더에 저장했다.
얼마 전에 내 방을 정리하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을 수도 없는 책 때문에 엉거주춤했던 적이 있었다.
저장 파일에서 시집 원고를 수습하면서 그 장면과 다시 마주쳤다.
그러나 시집으로 한번 묶어내고 나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는 없더라도, 홀가분해질 수 있다는 뜬금없는 희망이 생겼다.
책으로 엮어주신 《시로여는세상》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