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 내가 쓴 책을 팔았던 그날 밤에는 죽고 싶었다. 며칠 뒤, 다시 그곳을 찾아갔을 때 내 책이 팔리고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살고 싶었다. 살아서 만나고 싶었다. 내게도 값을 매겨준 사람들, 겨우 나와 같은 세상들.
못말
김요비. 책 『그때 못한 말』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그런 사랑을 해요』를 썼고, 아이콘 『사랑을 했다』 박혜원 『시든 꽃에 물을 주듯』 원티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노래』 갓세븐 『PIOSON』 등 가사를 썼다. 필명 ‘못말mot_mal’은 ‘moment of truth’에서 따온 것으로 ‘진실의 순간에 못한 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듯 살며
아무것이든 안아주어야지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너의 새벽에
온몸 비집고 들어가
떨리는 설렘으로
나 가진 체온의 민낯으로
세상 가득
끌어안아주어야지
네가 나로써 따뜻해질 수 있게
그렇게
네가 너로써 따뜻하게 빛날 수 있게
사계절 눈 내리는 너의 동산
흔들리는 한 송이 꽃
기필코 모두
감싸 안아주어야지
오늘 밤은
너의 세상으로 초대되어
너와 같은 어둠으로
나긋나긋 시들어야지
201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