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황주리는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한 그의 글과 그림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이며, 촘촘하게 짜인 우리들 마음의 풍경화이다.
유려한 문체로 쓴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등의 산문집과 장편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등을 펴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고 흙이 묻었다.”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이 구절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내가 중학교 이 학년 때쯤인 것 같다. 이상의 영전에 받친 김기림의 이 시 구절은 늘 내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나는 이 구절을 이렇게 내 나름대로 해석한다. 사람의 사랑도 삶도 완전한 것은 이 땅 아래 없느니, 그저 너그럽게 한 생을 보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