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언어가 나를 둘러쌌다. 내게 보이고 들리는 세상 모든 것들이 신이함과 질문의 언어로 변신했다. 글자를 배우고 나서는 책에 있는 언어에 빨려 들어가 버린 날들이 많았다. 언어 덕분에 칭찬도 받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면서 언어가 만능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뒤늦게 나에게 드리운 언어의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노예처럼 무작정 언어에 붙잡혔던 내가 부끄럽다. 사진은 언어의 분출을 멈추게 한다. 멈추어 가만히 볼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끝없는 수다에 시달렸을 내 가족과 누군가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