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무언의 힘
수필을 마주한 지 수 년이 됐지만 아직 습작 수준의 때를 벗지 못한 졸작들뿐이다. 이 부끄러운 조각 나부랭이 들을 주워 모아서 책을 꾸민다는 것이 읽는 이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도 못된 욕망이 부끄러움을 감추고 감히 활자화해서 책으로 엮어 만인 앞에 공개한다는 졸렬한 용기를 앞세워 용단을 내린다. 그 변을 어떻게 해야 부끄러움이 덜할까 덜컥 겁이 난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돌연한 변고로 갑자기 아내를 잃고 울화를 삭이지 못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방황을 하며 몇 년을 헤맸다. 답답함을 삭이기 위해 오래전 잠깐 발을 들였던 서예원도 되돌아 찾아가 봤지만 맺힌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또다시 다른 길을 찾아 해맬 때였다. 우연하게 지인을 만났다.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
내가 글공부를 하게 된 것은 글쓰기 경험이 있어서도 아니고 문학에 자질이 있어서도 아니다. 순전히 주변의 조언과 친구의 응원 덕으로 힘을 얻었고, 글 싹을 틔웠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숨통을 틔울 길의 안내를 부탁했던 분은 시 문학을 공부하는 ‘도일’이라는 예명을 가진 시인 김정무 씨다. ‘도일’은 나에게 글쓰기 공부를 권했고, 수필창작대학으로 안내를 했다. 그 덕에 수필 공부에 입문했고 마음의 안정도 얻었다.
나름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고, 주변 문우들의 덕분 수필문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간 틈틈이 공부한 습작들을 묶어서 책 한 권 꾸미려고 한다. 보잘 것 없고 헝클어진 글줄이지만 그동안 여러 선배들의 후원과 격려가 힘을 보태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이제 여든 초입에 들어선 나이요, 그간 두 번의 중병을 앓은 병력도 있다. 남은 여생이 얼마나 될지를 가늠 할 수 없는 조급함에 서둘러 두 선생님을 졸라서 일을 저질렀다. 오늘이 있기까지 열정적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홍억선’ 선생님과 자상한 ‘신현식’ 선생님, 두 선생님의 아낌없는 지도와 배려의 은공에 진정한 감사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비록 멀고먼 저세상에서 말없이 지켜보며 무형무언의 힘이 되어준 아내에게 이글을 바치고 싶다. 또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독려의 힘을 실어준 우리 아이들, 그 가족들 모두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16년 7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