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교육학 박사
현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강사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강사
후마니타스작은도서관 관장
주요 저서 및 논문
교육학개론(공저, 2018)
과로사회를 위한 존 화이트의 교육철학(공저, 2016)
잘삶을 위한 일의 교육(공저, 2014)
자율적 잘삶이 실현되는 활동사회 속에서의 일과 교육(2014)
대학인성교육으로서 삶의 치유(Lebenstherapie)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가능성(공저, 2015)
소크라테스는 “언어의 의미를 아는 것은 삶의 힘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언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 그 당시 소피스트들과 치열하게 논쟁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언어를 사용하되 이를 제대로 알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사용하면 ‘판단의 기준과 행동의 원칙’이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의미를 명확히 아는 것은 삶의 힘이 되며, 판단의 기준과 행동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언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무지는 힘’이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을 선동한 빅브라더(Big Brother)입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최고 권력자입니다. 이 소설은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빅브라더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 ‘새로운 말(신어, newspeak)’을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기존에 쓰던 말(언) 대신 새로운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비판적인 생각을 하거나 행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지 오웰은 소설 뒷부분에 새로운 말의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말을 고안한 목적은 소설 속 사회주의 신봉자들에게 걸맞는 세계관과 정신습관에 대한 표현 수단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배세력에 저항할 수 있는 다른 사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라는 단어는 “이 개는 이가 없다(free)”, “이 밭에는 잡초가 없다(free)”와 같은 표현에만 쓸 수 있습니다. ‘자유’는 ‘정치적, 지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쓸 수 없습니다. ‘정치적 자유나 지적 자유’라는 개념은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국 새로운 말은 언어의 의미와 쓰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무지를 통해서 사람들의 사고의 영역을 없애고 줄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빅브라더가 있을까요? 소설 속의 빅브라더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모든 정신과 생활을 감시하고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이나 이익집단에 해당합니다. 우리 사회의 빅브라더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생각·선택·행동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언어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합니다.
언어를 명확히 알고 이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이 책은 ‘올바른 언어의 이해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에서 기획되었습니다. 또한, 책의 내용을 텍스트만 나열하기 보다는 다양한 이미지나 영상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서 시각적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저자들은 각자 관심 있는 키워드를 맡아서 그 의미를 명확히, 때로는 다른 관점에서 규명하고, 연관된 용어를 보충해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독자가 키워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 책은 자신과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여섯 가지 키워드(불평등, 쾌락, 무능함, 열등감, 성, 사랑)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 2장, 3장 ‘불평등·쾌락·무능함’은 잘삶을 교육철학의 영역에서 탐구하고 있는 임배 박사가, 4장 ‘열등감’은 질적연구와 상담 전문가인 이수진 박사가, 5장, 6장 ‘성, 사랑’은 오랫동안 강단에서 교육철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일깨워 준 손승남 교수가 집필하였습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장 ‘불평등을 줄이려면’은 우리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키워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재미있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불평등을 어떻게 하면 줄이고 없앨 수 있는지 그 방안에 대해 설명합니다.
2장 ‘쾌락적으로 잘 살려면’은 쾌락적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서 진정한 쾌락을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쾌락주의자인 에피쿠로스(Epikuros, B.C.341~B.C.270)의 삶이 지금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이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3장 ‘무능함에서 벗어나려면’은 무능함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성찰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세월호 참사와 나치의 유태인 학살 사례에서 무능함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재판에서 밝힌 무능함에 대해 설명합니다.
4장 ‘열등감을 극복하고 성장하려면’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강조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ied Adler, 1870~1937) 이론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인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돕는 아들러의 주요 개념을 알아보고, 열등감의 원인과 극복 실천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5장 ‘성을 올바로 이해하려면’은 성의 의미, 성과 쾌락의 관계, 성과 관련 있는 다양한 사회적 담론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생물학적 관점을 넘어서 다양한 담론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성 담론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건전한 사회나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힘들 것입니다.
6장 ‘참 사랑을 원한다면’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고귀하고 어려운 사랑의 현상과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여러 관련 키워드와, 기술로서의 사랑을 강조한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키워드를 아는 것이 잘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만들어낸 것이며, 세계와 자기 삶의 변화는 언어의 개념(의미)이 달라질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어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은 자기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데 큰 힘이 됩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 돈, 건강, 행운, 우정’은 잘삶에 필수적 조건입니다.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이러한 조건들을 얻고 활용하고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잘 살기 위해서는 ‘평등, 정의, 일, 자유, 성(sex)’과 같은 키워드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잘삶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잘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잘삶이 가능합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격려와 기회를 주시고, 필자를 교육학자의 길로 이끌어주신 손승남 선생님, ‘잘삶(well-being)’을 연구주제로 인도해주신 이지헌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스승의 은혜는 세월이 흐를수록 짙어짐을 깨닫고 있습니다. 또한, 책이 출간될 수 있게 도와주신 박영사의 노현 대표님과 이영조 팀장님, 까다로운 원고를 꼼꼼하게 편집해 주신 배근하 과장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0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