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같이 살아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러자고 의기투합하여 오창 원리에 터를 닦고 네 가구가 들어와 집을 지었다. 내 나이 40대중반에 무슨 용기가 있어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출퇴근 시간이 생각보다 힘이 들었지만 잘 견디어 왔고, 집도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 봄이 되면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하니 멋모르고 시작한 전원생활에 만족을 한다.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 마을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예담촌(藝潭村)이라 정했고, 이웃사촌을 잘 만난 덕분에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예담촌으로 이사를 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수필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만 배워 등단이나 해야지 하는 작은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안(草案)을 잡아 다듬고, 정(情)이 묻어나는 문장으로 수정해야 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만 남에게 내 보일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무리 다작(多作)을 해도 작품 속에 인간미나 정이 흐르지 않으면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이 수필이고 보면 아직도 내 글은 독자들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거나 감동을 줄 만큼 좋은 수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글을 세상에 내 놓아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글을 세상에 내 놓아야 독자들이 이를 읽고 독자의 시선에서 제대로 쓴 글인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독자들의 평가가 향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글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내 수필의 소재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예담촌에서의 생활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그곳에서 살면서 느꼈던 희로애락과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 많다. 이런 글들을 계속하여 가지고만 있는 것 보다는 아직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때 그동안 모아두었던 작품들을 하나로 엮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출판하게된 것이다.
다만 여기에 실린 글들은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내 소소한 삶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독자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나 상쾌한 기쁨을 던져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부디 독자들의 눈에 피로감을 주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훈풍을 타고 달려온 봄바람이 영산홍을 붉게 꽃피우고 있다.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계를 준비하는 예담촌은 나와 우리 가족, 이웃들의 삶의 여정에 풍부하고 향기 넘치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