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 3남 3녀의 막내. 할아버지까지는 귀족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후반, 강릉 지방의 토호였는데 어떤 변란에 연루돼 충주로 피난을 내려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농부였다.
함민복이 태어난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었다. 신경림을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월북시인, 시운동 동인이었던 정한용 시인, 지순 시인 등이 바로 그 마을에서 태어났다.
함민복의 시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름답게 등장할 때는, 그가 유년 시절의 고향을 떠올릴 때이다. 그는 수도전기공고에 입학하면서부터 내내 유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전기공고에 입학할 때, 보증인을 두 명씩이나 세워, 함부로 그만둘 수도 없었다. 군대 같은 공고 생활을 마치고, 기능사 2급 자격증을 들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취직할 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공고에서 결정된 그의 삶은 당분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1987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 재학 중인 1988년에 계간<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9년에는 <아동문학평론>에 ‘강’으로 동시 추천을 받았다.
1990년 첫 시집 『우울 氏의 一日』을 냈고, 그 후 <21세기-전망> 동인으로 활동할 때 썼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시편들을 모아 『자본주의의 약속>>이란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였다. 시인 친구들과 금호동에서 함께 살며 썼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를 엮으며 서울을 떠나 강화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1996년 문화관광부 주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였고 2003년 첫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를 발간하였다.
강화도 바닷가 마을에서 어부들과 함께 살며 썼던 시 편들을 정리해 10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냈고 이 시집으로 제7회<박용래 문학상>, 제24회<김수영 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강화도에 살며 아직 시를 쓰고 있다.
세계는 관계다. 모든 것은 관계에 의해서 존재한다. ‘시를 읽으면 감흥이 생기고 사물을 관찰하게 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그릇된 일에는 화를 내 그 일을 풀 수 있게 된다. 또 부모와 임금을 섬기고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다. 시를 읽지 않으면 높은 담을 마주 보고 서 있는 것과 같이 된다’고 간파한 공자의 말을 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법, 은유법을 장착한 시는 관계 맺기의 뿌리다. 공감보다 반감이 드센 일방적 관계의 시대에서 공감을 향해 나아가는 시의 처방을 받아 봄은 어떨는지.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을 위해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 따뜻한 관계를 복원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이 시집을 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