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현대문학》 30주년 기념 백일장 시 부문 차상(김춘수 심사), 1988년 《문학정신》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으며(박재삼, 정진규 심사) 시집 『섬으로 가는 길』(나남출판사),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문학세계사), 『내 몸에 가시』(문학세계사)를 출간했다.
나무는 스타일이 없다. 내게도 그것을 일렀다. 나무는 실바람에도 몸을 떨었다. 내게도 그것을 바랐다. 나무는 썩어서 사라졌다. 내게도 그것을 원했다. 어제의 믿음으로 오늘을 살 수 없듯이 어제 본 나무를 말할 수 없었다.
말을 하자면 빛이 들어간 필름처럼 노출된 영혼이 하얗게 질렸다. 눈깜짝할 새 이파리 하나 솟고 눈돌리면 이파리 우수수 졌다. 내 생각에 싹이 트고 내 눈길에 이파리 지는 것을 알아채고는 숲속에 불을 질렀다. 삭정이 솔가지 훌렁 태우고 도끼자루로 쓸 단단한 물푸레나무 기둥 하나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