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의 스페인 작가다. 1470년 톨레도주의 라 푸에블라 데 몬탈반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당시 스페인 당국은 이단 심문소까지 설치해 가며 가톨릭을 강요했는데, 이 때문에 증조부 때 개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집안은 비밀리에 유대교 의식을 계속 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페르난도 데 로하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1496년 살라망카 대학에서 법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25세 되던 무렵에 그의 유일한 작품인 ≪라 셀레스티나≫를 집필한 것으로 추측된다. 1507년에 역시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계 집안의 딸인 레오노르 알바레스 데 몬탈반과 결혼했으며, 그녀와의 사이에서 일곱 명의 자식을 낳았다. 1541년 세상을 뜰 때까지 변호사 일을 했다.
그가 죽을 무렵 32쇄를 거듭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라 셀레스티나≫는 스페인 문학사에서 ≪돈키호테≫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귀족 명문가의 자식인 칼리스토와 여자 주인공인 멜리베아의 죽음을 불사한 사랑과, 이들의 두 하인, 그리고 간교한 늙은 뚜쟁이 셀레스티나를 중심축으로 전개되는데, 정신과 물질, 개인 가치와 사회 제도, 주인과 하인, 인간 존재와 그 본질 사이의 투쟁과 갈등이 당시 스페인 하층 문화를 배경으로 생생하고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는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되는 시기의 정신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