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로 수필, 『조선문학』으로 문학평론 등단.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한국수필가협회 사무처장, 한국학술문화정보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강남문인협회 회장 및 한국수필작가회장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 『날마다 좋은 날』, 『문학에게 길을 묻다』, 『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 『서서 흐르는 강』 등 15권과 『창작과 비평의 수필쓰기』 등 2권의 문학평론집이 있으며 허균문학상, 서울문예상, 한국수필문학상, 동포문학상대상, 현대수필문학상, 구름카페문학상, 현석김병규수필문학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수필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30년을 넘었다.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 수필과 함께 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문학 곧 수필이 아니었다면 나는 어쩌면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실부모한 내게 어릴 적에는 외조부모님이 전부였다. 성장해서는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나를 나로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이 문학이었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문학은 신의 보살핌처럼 늘 나와 함께 했다. 어느새 내 이름으로 수필집 시집 평론집 등 18권을 펴냈고 12권의 수필집에 세 권의 수필선집 그리고 평론집 두 권도 수필평론집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게 가슴이 뛰어 참기 어려울 만큼 흥분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범우문고로 내 수필선집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난한 문학 지망생에겐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범우문고였다. 갖고 싶고 읽고 싶은 귀한 책이 한 권에 천원이내였다. 세상에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는가. 범우문고는 70년대의 내 문학 선생님이었다. 소설도 시도 수필도 범우문고면 되었다. 그런데 그 범우문고로 내 수필집이 나온다.
그동안 교과서에도 대입 수능문제집에도 대학 교재에도 내 수필들이 실렸고 권위 있는 좋은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범우문고로 내 수필집이 나온다니 그 기쁨을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다.
30편의 수필을 골라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게 무슨 대표작이 있겠는가. 하지만 1987년부터 30년 동안 공식적으로 문학지에 발표한 수필 중 비교적 내 향기가 날만한 작품으로 발표연도를 참작하여 뽑아봤다. 내놓을만한 좋은 작품이어서라기 보다는 애착이 조금 더 가는 작품들이다. 내용이 너무 서정적이어서 밋밋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내 향기요 내 맛이고 멋일 게다.
발표 연대순으로 실었으나 너무 시간차가 나는 것 같아 앞의 몇 편은 최근 7년 이내의 것들을 실었다. 내가 범우문고에 각별한 애정과 감사를 갖듯 문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나의 문학 친구들에게도 이 수필들이 자신감을 주고 작은 용기와 격려라도 되었으면 싶다. 내게 이런 큰 기쁨을 주신 범우 윤형두 회장님과 범우사의 사랑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평생을 그래 왔지만 또 사랑의 큰 빚을 지고 만다. 영원히 갚을 수 없이 쌓여만 가는 이 사랑의 빚을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수필들이 아주 작은 갚음이라도 되어주었으면 참 좋겠다.
- 2017년 가을 늘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