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2009년 콜롬비아로 이주, 2012년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음악 축제와 음악 콘텐츠 기획자로 일한다.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를 함께 썼고, 안드레스 솔라노의 『한국에 삽니다』 『열병의 나날들』 『살라리오 미니모』를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어린 시절의 텔레비전 영화를 떠올렸다. 귀여운 줄 알았던 털북숭이 인형들이 일순 괴물로 변하면서 마을을 망가뜨리는 내용이었다. 깜찍한 생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때 옆에서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던 동생이 없었다면, 이불 뒤집어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안아주던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다면 울음을 터뜨렸겠지.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두려운 것은 해마다 늘어간다. 하지만 두려움을 덜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이. 무서움을 다룬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은 방패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