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2020년 5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한국 기준), 몇 대륙에 흩어져 사는 수필가들이 처음으로 원격 모임을 가졌다. 격주 진행으로 1년 반 넘어, 2022년 1월 현재 총 30회를 넘긴 상태다. 처음에는 넷이었는데 곧 다섯이 되었고, 시간도 일요일 오후 2시로 옮겼다. 다섯 동인은, 한국을 중심으로 하면 동쪽이 둘(미국 서부의 김홍기, 정동순), 서쪽이 하나(오스트리아 빈의 홍진순), 남쪽이 둘(호주 시드니의 김미경, 유금란)로, 그 시차가 각각 –16, -8, +1 시간이다.
기성 수필을 함께 읽는 순서와 자작품 발표 합평이 주 내용이고, 테마 (음식, 바다, 신발 등)를 정해서 과제하듯 창작하고 이를 품평하는 일도 여러 번이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도중에 한 주씩 미루는 일도 있었다. 한 분은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된 곳에서 투병했고 완치 판정을 받고 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그런 동안에도 대개는 어김없이 빡빡하게 진행했다.
수필은 분량의 부담이 덜한 장르라 해도 2주에 1편을 써서 내는 거면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 그런데도 그걸 거의 해냈다. 서로 다른 생장, 서로 다른 이주 환경, 각각 아주 다른 글 내용, 그러나 모국어와 모국문학 을 향한 매우 유사한 열정, 원격시대가 아니면 맺어지지 않았을 인연이 안겨준 이상한 신뢰 등등으로 동병상련을 지나 동지의식이라는 것까지 커졌다. 당연한 일인 듯 누군가 동인 결성과 동인지 발간이라는 묵직한 제안을 했고, 모두 동의해 동인의 공식 출범을 이렇게 동인지 창간으로 드러내게 되었다.
동인지 형식도 작품만 나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동인 각각의 문학적 체험이나 나아가 다른 동인에 대한 기대 같은 것도 담아 보기로 했다. 수필은 수필대로 뒷얘기는 뒷얘기대로 재미있고 유익한 읽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