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한 야망으로 가득 찬, 인과와 맥락과 가치 순위가 뒤바뀐, 하나 마나 아무 쓸모에 없는…… 그런 말. 내가 사는 고장의 현실도 이런 ‘말’들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은 어느 때보다 더 현란하고 복잡하고 알차게 진화하는 것 같지만 그것으로 사람의 진정을 나타내기는 왜 이렇게 어려워진 건가.
한동안 책을 놓고 삶에만 열중했다. 삶이라면 좀더 진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것도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은 그게 가장 어려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답게 살아내지 못하는 탓에 모든 게 혼란스럽고 뒤바뀌고 희미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다시 나의 ‘말’을 본다. 나는 대체 얼마나 그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나의 ‘말’의 이유와 그것이 실제로 닿는 물리적 현실에 대해 얼마나 확실히 알고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