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들과 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 덕분에 늘 자연을 향한 그리움을 지니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촌에 삶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그 사이에서 배우고 생활하며 삶에 닿아 있는 자연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만든 그림책으로는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 『빨강이들』, 『노랑이들』, 『상추씨』 등이 있습니다.
3년 전, 유기농업을 하는 농촌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 가르쳐 주는 것도 많았는데, 나는 그중에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주관하는 목화 농사 수업에 참여했어요. 수업을 이끌어 주는 선생님은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와 지내다 결혼한 옆집 며느리였어요. 유기농 면을 얻기 위해 직접 농사짓고, 솜을 수확해서 실을 잣는 이 선생님은 목화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목화꽃이 너무 너무 예쁘다는 거예요. 농업을 전공한 선생님은 왜 목화라는 작물을 저리도 좋아하실까 궁금했어요.
우리는 목화씨를 심고 여름 동안 물을 주었지요. 목화나무는 내 키만큼 자랐고, 가을에는 솜꽃을 피워냈어요. 목화솜을 수확할 때는 말라서 뾰족해진 목화 열매 껍질에 찔릴까 봐 손을 요리조리 돌리면서 조심스레 솜을 빼내야 했어요. 첫 번째 빼낸 솜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는데 그 포근함에 가슴이 저려 왔어요. 예전에 키우던 집 나간 고양이, 하양이가 생각났거든요. 얇게 엉킨 목화솜은 꼭 하양이의 털 같았고, 까만 목화씨는 하양이의 긴 털 속에 감추어진 까만 발바닥 같았어요. 목화의 연한 식물 냄새도 하양이 냄새와 비슷했고요. 그때 느꼈어요. 목화가 포근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걸요. 선생님이 목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운 엄마의 포근함에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목화솜으로 실을 자아 하양이를 넣은 티매트를 짰어요. 이 책에 목화씨가 세 알만 등장한 것은 티매트에 들어간 하양이를 만든 목화의 양이 세 그루이기 때문이에요. 티매트에 귀엽게 앉아 있는 하양이를 쓰다듬으며 생각했어요. 오래오래 포근하게 기억할게??? 하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