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으며 드들강을 배경으로 글을 쓴 지 30여 년쯤 된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경험도 없이 서른에 귀농하고 자리 잡기까지 많은 풍파가 지나갔다. 그 만고풍상을 뒤로하다 보면 부모님의 노고와 분에 넘친 사랑 이야기가 있고, 그 속에서 오밀조밀 우애를 다듬던 형제들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뽑아내도 어디선가 날아와 싹을 틔우는 풀씨들은 농사꾼들과 싸우며 자기 영역을 넓혀 왔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역시 세상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서든 풀씨처럼 힘을 내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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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농사 말고도 하우스 경작으로 경황없는 세월을 부대끼며 알콩달콩 살아온 이야기를 모았다. 지나간 농사일기를 들춰 볼 때마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 늘 옆에서 같이해 온 가족들의 사랑에 새삼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어느덧 과거가 되어 버린, 아버지와 같이한 시간에 감사드린다.
2023년 겨울
김황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