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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종교/역학

이름:전우익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25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봉화

사망:2004년

최근작
2017년 11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1925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광복 후 민청에서 청년 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5세까지 부자유하게 살았다. 고향 마을에서 자연을 스승 삼아 순응하며 사는 농사꾼이자 훈훈한 공간에 가끔씩 살아가는 얘기를 싣는 글쟁이였다. 농사를 지으면서 대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자리를 매면서 인생을 배운다고 했다. 스스로는 파별난적(跛鼈亂跡), 한쪽 발이 망가진 자라가 쩔뚝쩔뚝 기어가며 남긴 어지러운 발자국 같은 볼품없는 삶이 자신의 삶이라고 했다.

글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를 꾸짖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무명씨를 뜻하는 ‘언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을 뜻하는 ‘피정(皮丁)’을 아호로 썼다. 이름을 섣불리 팔지 않고, 헛된 알맹이보다 실한 껍데기로 살려는 뜻이 담겨 있다. 2004년 한평생 지켜온 봉화군 자택에서 타계하기 전까지 밭농사 짓고 나무를 키우며 참자유인의 꿈을 안고 살면서, 책을 읽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을 꾸밈없이 맞이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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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1993년 5월  더보기

이 놈 율무는 아주 대단해. 비오고 바람불면 한꺼번에 쓰러졌다가 비가 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일어선다고. 대단한 생명력이지. 파는 또 어떻구. 뿌리를 싹 자르고 심어야 크게 자라니 얼마나 신기해. 사람도 마찬가지야. 바꾸려면 뿌리를 바꿔야지, 제도나 이 데올로기가 아니여. 몇년 전부터 농사는 내 먹을 만큼만 하고 나무를 주로 키워. 없는걸 만들어내는 건 농업밖에 없어. 상업이야 있는 물건 사고파는 거고 공업도 모양만 바꾸는 거 아냐. 식물만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내가 나무와 풀을 좋아하는 건 그것들로부터 세상살이 이치를 배우기 때문이지. 한 자도 안되는 도라지는 겨울 땅 속에서 완전히 얼었다가 봄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살아나. 시련을 달게 이기고 일어 서는 게 사람보다 나아. 나무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가지 뻗으며 사는데 빛 많이 받는 남쪽 가지가 북쪽보다 길고 크지. 그렇다고 북쪽 가지가 남쪽으로 가진 않아. 사람은 어떤가, 편하게 살겠다고 농촌을 버리고 다들 도시로 갔잖아. 그래서 남은 게 뭐야. 눈에 쌍심지 돋우고 분초 다투며 산 끝에 다들 나가 떨어지잖아. 도시에서는 요즘 매일 30명이 자살을 한다며. 남 탓할 것 없어. 서울 가면 큰 수나 날 줄 알고 남부여대하고 몰려간 거 아냐. 어떤 사람이 취직해 열심히 일했더니 과장 부장 사장된 다음 송장이 되더라는 농담도 있더구만. 내가 좋아하는 도연명 말처럼 '헛살아야 해'. 이루지 못하고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해서 아쉬워할 거 없어. 괜히 뭔가 이루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그저 살아있으니 산다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살면 돼. 마누라는 오륙년 전에 죽었고 애들(3남3녀)은 모두 나가 살아. 고등학교 나온 놈도 있고 초등학교만 마 놈도 있어. 막내딸은 공부 지지리 못했는데 시집가서 잘만 살아.처음 혼자 됐을때는 미치겠더니 차차 익숙해지더구만. 혼자사니 생활이 단순해져 좋아. 결국은 혼자 살고 죽는거야. 잘 산다는 건 옳게 사는거지 사람 많은데 따라가며 사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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