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는 말은
언젠가
바람이 알려준 말이다
그 이후로
바람이 스치면
문득
그립다 그립다고 한다
이젠
내가 바람이 되었다
그립다 그립다고
가슴 안에서
바람이 분다.
어느 날 문득, 장승처럼 서있는 견고한 외로움을 느꼈다. 허공을 떠도는 내 바람 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영혼의 살점 사이에서 휑한 내 고독의 길을 밟고 빠져 나가는 바람을 보았다.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시퍼렇게 배어있는 상처가 내 영혼 구석구석 마다 옹이로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바람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그리움을 심어 놓고 사랑을 가꾸기 시작하였다. 그리움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내 살점을 베어 먹고 내 영혼을 풀어 헤치는 아픔을 갖게 될 줄을...
그리움 마디마디가 꺽여진 사이로 붉은 선혈이 터져 나와 고독한 사랑을 뿌리게 되었을 때 詩의 언어로 그리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어차피 삶이란 세월이라는 센 바람을 쫒아 돛을 올리는 긴 항해가 아닌가? 어디엔가 존재 할 것이라는 막연한 이정표를 찾아 떠나고, 또 떠나고, 다시 또 항해로 상처 난 돛을 깁고 닻을 올리고 등대를 쫒아가지 않는가?
이제는 시집을 묶어 내 영혼의 닻을 내리고 싶다.
이제는 그리움의 닻을 내리고 싶다.
고적한 섬에 정박하고 싶다.
이제, 그리우면 숲으로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