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집 앞에서 떨린다.
이 땅의 딸 바보 아버지들, 딸을 시집보내고 여러 가지 상념으로 혼자 앉아 술 한잔한다드니……
무엇이 나를 이렇게 외롭고 쓸쓸하고 설레이고 두렵고 홀로이게 하는가.
죽은 강아지를 흙으로 돌려보낸 아픔이 들어 있어서일까.
직장을 퇴직하고 내내 혼자 지내면서 이 시라는 녀석들과 씨름하였다. 출근하듯 아침엔 나의 두방리 정원에 몸과 마음을 모았다. 외로움은 행복이었다. 시를 쓸 수 있기에…… 이보다 더 나를 나답게 한 적은 없다.
흰 커피 잔이 참으로 편안한 친구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도 하고, 웃어 주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붓어 주기도 했다.
온전히 나를 사랑한, 나에게 빠져 본, 나와 함께한 날들이 두방리 생활이다.
두방리에는 마을 숲이 아름답다.
백 년 넘은 노거수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는 그 곁에 얹혀 즐긴다. 그 백 년 그늘 속에 꾀꼬리가 산다. 운다. 노래한다. 사랑한다. 새끼를 친다…… 나는 시를 쓴다. 그 꾀꼬리의 모든 것들이 나의 시가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
나에게는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스승이 계시다. 고하 최승범 스승이시다. 미수를 넘어서셨다. 내내 강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세영 교수님은 멀리 계시지만 내 안에서 나의 문학의 길을 이끌어 주신다.
두 분 감사합니다.
2021. 봄.
두방정원에서 장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