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순서의 세계에서 산다.
능력순, 성적순, 재산순, 선착순, 계급순, 연봉순, 나이순, 입사순……
나도 남들처럼 좋은 것은 앞 순서를,
나쁜 것은 뒤 순서를 차지하기 위해 살았다.
그 속에서의 사색과 성찰을 글로 풀었다.
30여 년이나 월급쟁이를 하는 행운을 가졌음에도
무슨 일인지 먹고사는 일은 공연히 우울하고 막연히 불안했다.
간 길이나 안 간 길이나 다를 게 없을 것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갖고
오랜 기간 공식·비공식의 글쓰기를 했다.
그런 습작인생에 뒤늦은 얻음이 있어 일부를 엮었다.
만족에 시효가 있듯이 비움에도 시효가 있다.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혼탁해지고 흔들린다.
자기 합리화나 변명을 비움이라 할 경우 그렇다.
하지만 시시포스의 몸짓이 될지언정 그런 노력을 그칠 수도 없다.
험한 도시의 사막을 주파하기 위해서는.
나의 글쓰기는 그런 글쓰기이다.
누구나 중년 이후에는 ‘요즘 힘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힘든 것이 사람마다 다른데도 구체성이 결여된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다들 힘들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물음에 실체 없는 답을 한다.
나 역시 ‘당신이 왜 이런 글을?’이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이중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