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과 ‘역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특히 두 단어가 ‘강화도’라는 지명과 만나 들려오면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하고, 또 분주한 발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밤새워 고민하고 의논해서 함께 그린 교육활동 계획이 현장의 발걸음 위에서 하나씩 실존의 모습을 드러낼 때, 그리고 그 시간을 기억해 주는 산마을 친구를 만날 때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해 온 ‘산마을’에 한없이 감사할 뿐이다.
텃밭도 일구고 강화 답사도 다니고, 강화와 관련된 근현대사 인물들에 대해서 관심도 키워간다. 자료를 찾고 글을 쓰는 것은 시간을 들여 품을 팔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내심 이 시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은 후회스럽다. 아직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산마을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걸어준 화정과 정수! 쉽지 않은 길을 그들 덕에 지나왔다.그리고 사랑하는 기선과 인선이 그사이 자랐다. 옆에 있어 준 시간이 적어서 미안했는데 잘 받아들여주어 고맙다.
『강화도의 기억을 걷다』를 쓰고 나서 “산마을”의 이야기를 쓰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그러다 담임교사라는 인연으로 지수와 예린이를 만났다. 남미의 여행자에서 모교의 농업 교사로 돌아온 지수, 문화기획자로 살다가 가끔씩 사라져 지구별 여행자로 살아가는 예린! 두 사람의 젊은 인생이 강화에 잠시 머물렀다. 귀한 손길이고 소중한 발걸음이다.
‘산마을 너머 뭐해?’에서 ‘산마을 너머 뭐해!’로 그 본모습을 갖추기까지 밤과 낮, 그리고 한국과 영국을 연결하며 쏟아냈던 마음은 이 책의 완성만큼 소중한 추억이다. ‘기억’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에 짧은 문장으로라도 ‘기록’해 두고 싶다. 두 친구 덕분에 귀한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역에 살면서 서울 중심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은 점점 고향과 멀어진다. 역사 유적지를 만나면서 안내문에만 의지하는 답사객은 답사의 즐거움을 잃어버린다. 강화도만이 아닌 이런 상황은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내 발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강화도를 ‘강화 사람의 눈으로’ 보고 싶었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야기를 지닌 강화도의 매력을 차분히 들려주고 싶었다. 표지 사진은 연미정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다. 강을 경계로 나뉜 북녘이 보이고, 저어새의 번식과 서식을 알려주는 유도, 한양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많은 외세의 침략이 있었던 염하가 보인다. 이제 새롭게 만나는 강화도 답사의 절정은 평화와 생태, 그리고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연미정이 아닐까? 해마다 많은 아이들이 강화도를 찾는다. 그들과 함께하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의 손 안에 강화도를 들려주는 책 한 권 있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