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좋은 사람이야”보다는 “네가 좋아”라고 말하는 태도가 더 윤리적이다. “네가 좋아”가 안 되는 관계이거나 “네가 좋아”의 상태에서 놓여났다면 그만이다. 뭘 더 어떻게 해보기 위해 ‘너’를 ‘좋은 사람’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 ‘너’를 놓아주어야 한다. 그걸 잘 못해서 일상이 엉망진창이 된다. ‘엉망진창’은 문장과 불화한다.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너’를 호명하는 일이 ‘너’의 일상을 뒤흔드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 그건 ‘너’와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예의다.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다. 관계에 대한 숙고는 문장을 데려온다. 문장과 문장 간의 관계에 관여한다. 문장이 갈 길을 열어준다.
―에세이 「뼈만 남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