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선친께서는 살아계실 때 가승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학에 조예가 남다른 마을 서당 훈장님을 찾아가 족보를 보완할 가승보를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선친의 뜻에 따라 훈장님은 벼 한 섬을 받는 조건으로 가승보 작업을 착수했는데, 그때 마을 훈장님이 어린 나에게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셨다.
문득 가인봉에서 마을 거쳐 흘러가는 냇가에서 놀던 생각이 떠올라 맑고 깨끗한 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훈장님은 그러면 字(자)를 푸른 시냇물이라는 뜻으로 淸水(청수)라 하면 어떠하겠냐며, 선친과 내게 동의를 요청했었다. 그런 이유로 가승보에는 내 이름과 함께 字(자)를 淸水(청수)라 올렸다. 녹수청산(綠水靑山), 의미를 담은 나의 字(자)는 가승보에 淸水(청수)라고 올렸고, 지금까지 내 예명으로 쓰고 있으며 詩作의 방울샘이기도 하다. 남은 삶도 청수(淸水) 같은 시를 쓰며 살고 싶다. 흔쾌히 시집 발간을 도와준 동기 김성수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