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지냅니다. 즐겁게 산책도 하면서요.
2007년 《월간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2014년 세종도서 선정)
『살구나무 편의점』(공저), 쓰고 그린 그림책 『가슴이 쿵쿵쿵』 등이 있습니다.
시 한 편에 짧은 산문 한 편
내 시는 참 쉬운 편입니다.
내 시에 대한 일반적인 평은
흔히 있는 평범한 일들을 쉽게 공감되게 쓴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기 편하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런 말들에 용기를 얻어 책을 엮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쓰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가 쉬운 편이니 따로 해설을 싣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작품에 자신이 없어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민망했습니다.
대신 뒷부분에 몇 편 정도만 내 생각을 덧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출판사에 그래도 되겠느냐고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몇 편만 그렇게 하면 이상하니 아예 넣지 말든지
아니면 전체를 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산문 하나가 시 하나를 안는다는 느낌으로 하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의견도 덧붙이면서 말이지요.
난감했습니다.
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쓴 것입니다.
그중 50편을 뽑았는데 산문을 쓰자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됩니다.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까지 내가 그린다면 일이 너무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한다고 해야 하나?
순수 한 장르에만 속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는데…….
내가 시를 쓰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상을 받기 위해서인가?
이름이 알려지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인정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나에게 특출한 재능이 한 가지라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하나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유로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해진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은 가능하니 서로 어우르면서 해보자.
결과적으로 여러 분야가 합해져서 나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오래 알던 편한 친구처럼 시가 다가갈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브로콜리숲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2024년 여름 신복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