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八 번째 시집은
삶의 길에서 힘이 들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팔자가 사납다.”라고들 합니다. 팔八 자는 두 갈래로 되어 있는 글자입니다. 어쩌면 지혜롭거나 약삭빠른 자기 선택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두 자가 더 많은 십자가十字架라는 말이 더 쉬이 다가옵니다. 가로와 세로로 묶인 열 십十 자는 빠져나갈 수 없는 길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선택이 아닌 당연한 운명의 길이 되어 버렸음을 봅니다. 그래도 제 몫이라도 잘 해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도 저도 안 되는 저를 볼 때면 한심하기만 합니다.
이번에 출간한 여덟 번째 시집은 72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1부 「비밀의 숲」은 자연이 알려주는 메시지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 위기를 엿봅니다. 2부 「거울을 보다가」는 인간 내면의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나누고 싶었습니다. 3부 「아버지의 넋두리」는 이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들의 삶과 가족과 자녀에게 던지는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4부 「다시 갯마을에서」는 우리가 모두 사는 곳과 여행지 등 여러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담론으로 합니다. 부록으로 저만의 생각인 ‘삶의 시, 시로 사는 글쓰기 시론 네 가지’을 정의하고 정리해 볼 겁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지 이십오 년을 눈앞에 두고 돌아봅니다. 아직도 부족하고 모자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저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또 「비밀의 숲」 같은 참 고마운 사람도 떠올려 봅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의 힘이 되어 줄 「비밀의 숲」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9월 8일
위로와 희망의 어머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