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랭던 길키는 1954년 라인홀드 니버의 지도 아래 컬럼비아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9년 은퇴할 때까지 시카고 대학의 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혼돈의 시대”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온 길키는 15권에 달하는 저서와 100편이 넘는 논문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고 사랑받은 작품은 『산둥 수용소』(1966)다. 1939년 하버드 대학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길키는 그 다음 해 중국 북경으로 가서 연경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중,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둥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영화 <불의 전차>의 주인공인 에릭 리델도 중국에서 선교사로 일하다가 같은 수용소에 수감되었는데, 길키는 이 책에서 리델의 마지막 나날에 관한 소중한 증언을 남기고 있다). 1943년 3월부터 1945년 9월에 이르는 2년 반 동안의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작품은, 격동과 야만의 20세기에 죄와 은혜 같은 전통적인 상징을 다시 한 번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역설했으며, 전후 세계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필적하는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 후 고국으로 돌아온 길키는 미국 전역을 돌며, 물질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 속에서 자국 중심적 이기주의로 흐르는 미국을 향해 경종을 울리는 강연에 힘썼다.
다른 대표적인 저서로는 Religion and the Scientific Future: Reflections on Myth, Science, and Theology(1970), On Niebuhr: A Theological Study(2001), Through the Tempest: Theological Voyages in a Pluralistic Culture(2005) 등이 있다.
길키의 신학이 가진 의미와 공헌에 대해서는, 브라이언 왈쉬가 Langdon Gilkey: Theologian for a Culture in Decline이라는 책에서 전체적이고 적실한 초상을 그려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