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8대학 명예교수. 1940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의 철학자로 정치철학, 미학,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루이 알튀세르의 제자로 출발했으나, 지적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며 평등을 근본원리로 삼는 독자적 철학을 구축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순한 정치체제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교란하고 평등을 실현하는 ‘불화’의 과정으로 정의했다.
또한 문학과 예술을 단순히 미적 영역이 아닌 정치적 실천으로 이해했다. 그의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란 개념은 예술이 감각적 질서를 재편하고 새로운 주체성을 구성하는 힘을 보여준다. 문학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장르 구분을 거부하고, 모든 글쓰기가 동등한 표현 가능성을 가진다고 여겼다. 특히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에서 새로운 정치적 감각의 열쇠를 발견한다.
그의 사상적 여정에서 첫 번째 중요한 분기점은 루이 알튀세르와의 만남이었지만 68혁명 이후 그와 불화를 겪기 시작했다. 랑시에르는 과학적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과 대중 사이의 지적인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알튀세르의 교훈』(1974)을 발표함으로써 알튀세르와 결별했다. 같은 해 잡지 『논리적 반역』을 창간하며 약 8년간 19세기 노동자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남긴 기록물에서 지적 평등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는 국가 박사학위 논문인 『프롤레타리아들의 밤』(1981)으로 결실을 맺는다. 그 반향 속에서 『철학자와 그의 빈자들』(1983)을 발표해 철학과 사회과학의 역사에서 지적 분할과 위계의 전통을 재검토하고, 자칭 ‘철학자’ 혹은 ‘스승들’에 대한 도전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나온 저작이 『평민 철학자』 (1985)와 『무지한 스승』(1987)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선포된 정치의 몰락/회귀에 맞서 정치, 평등,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며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1990)와 『불화』(1995)를 발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사유하는 데 집중하면서 『무언의 말』(1998), 『말의 살』(1998), 『감각적인 것의 나눔』(2000) 등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미학적 무의식』(2001), 『영화 우화』(2001), 『이미지의 운명』(2003), 『미학 안의 불편함』(2004), 『문학의 정치』(2007), 『해방된 관객』(2008), 『아이스테시스』(2011), 『평등의 방법』(2012) 등을 펴내 기존 예술사를 재구성했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가?』 (2017)와 같은 정치적 저작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신작인 『픽션의 가장자리』(2021)는 문학작품 분석을 통해 문학혁명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지 살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픽션의 정치’를 통해 어떻게 주체로 등장하는지를 탐구한다.
이 글은 어떤 이중의 간청에 따르는 것이다. 글의 기원에는 두 젊은 철학자들, 뮈리엘 콩브와 베르나르 아스프의 잡지 「알리스 Alice」를 위해 그리고 더 특별하게는 그 잡지의 "감성 제조소" 란(欄)을 위해, 그들에 의해 제기된 질문들이 있었다. 이 부문은 새로운 지각(知覺) 양식들을 존재하게 하며 정치적 주체성의 새로운 형태들을 초래하는, 경험의 배치들로서의 미학적 행위들에 관한 것이다. 나의 책 <불화>가 정치의 쟁점인 감성의 분할(partage du sensible)에, 따라서 정치의 어떤 미학에 할애했었던 분석들의 결과들에 관하여 그들이 나에게 질문한 것은 바로 이러한 틀 안에서다. 그들의 질문들은, 예술과 삶의 융합에 대한 주요 아방가르드 이론들과 시도들에 관한 새로운 반성에 의해 또한 야기되어, 본 텍스트의 구조를 명한다. 에릭 아잔과 스테파니 그레구아르의 요구에 의해 나의 대답들은 전개되었고 이 대답들의 전제들은 가능한 한 명시되었다. - 자크 랑시에르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