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특전사 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에서 11년여 체육기자를 했다.
코리아e스포츠 대표이사를 거쳐 2002년 6월 축구전문 매니지먼트사 (주)지쎈(GSEN)을 설립했다.
기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FIFA 에이전트로 변신해 13년째 유럽과 중동을 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이영표, 설기현을 비롯해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중심으로 30여건의 국제이적을 성사시켰다.
Prologue
_에이전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지 적잖이 망설였다.
글을 쓸 시간이 있다면 선수들의 장래를 더 고민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에 한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차라리 그 시간에 유망주를 한 명 더 발굴하거나 선수 이적을 준비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거듭 나 자신에게 물었다.
스포츠 에이전트에겐 ‘시간이 곧 돈’인데 글이나 쓰고 있다면 ‘한가해서 그렇겠거니….’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이전트 업무는 생각보다 대외비가 많아 자칫 회사의 영업비밀과 노하우를 노출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없지 않았다. 이런저런 염려들을 뒤로 하고 결국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먹게 된 것은 아마도 오래전부터 나를 짓눌러왔던 일종의 ‘부채의식’ 때문이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무슨 저명인사도 아니고 부채의식은 무슨…,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며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 할 수도 있었다. 누가 뭐라 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해묵은 숙제들을 계속 미뤄두기만 하는 것 같은 찜찜함이 늘 가슴 한편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느낀 부채의식에는 2008년 5월 축구 월간지 포포투(Four Four Two)의 ‘한국축구를 움직이는 파워인물 30’ 설문에 내가 포함된 사실도 한몫했다. 한국 축구사에서 에이전트가 영향력 있는 인물 30명 안에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스포츠 에이전트 관련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구체적 계기는 지금은 중학생이 된 내 조카 때문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막 끝났을 때였다. 서울 강남 사는 막내 여동생이 어느 날 저녁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우리 민수가 외삼촌한테 꼭 한번 시간을 내달라는데 어쩌지?”
여동생 말을 정리해 보니,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조카 녀석은 외삼촌인 내가 잘 나가는 축구 에이전트라면서 이영표, 설기현 등 낯익은 이름들을 들먹이며 학교에서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녔던 모양이다. 친구 녀석들은 “야, 정말이야?” “멋있다!” “그럼, 한번 만나게 해주라!”라는 얘기가 오갔고, 그중에서 여동생과 가까운 어느 아이의 부모는 실제로 나를 만나 아들의 진로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하고 싶어 했다.
여동생 말에 나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초등학생들이 에이전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부자동네인 강남의 학부모가 아이의 진로로 에이전트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의외였다.
나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카 녀석의 부탁도, 그 학부모의 만나자는 제안도 들어주지 못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나의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내 메일함에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묻거나 “월급을 안 줘도 좋으니 밑바닥부터 에이전트 업무를 배우게 해 달라!”는 다소 노골적인 요청까지 다양한 형태의 민원 아닌 민원이 적잖이 쌓여있다. 심지어 지명조차 생소한 최전방에서 복무 중인 군인들이 또박또박 정성껏 눌러쓴 글씨로 간곡히 도움을 청하는 내용의 군사우편을 부쳐온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둘 쌓여 내 맘속에 숙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부채의식이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쓰면서 그동안 이들의 간절한 요청에 일일이 답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조금은 가시고, 나의 게으름을 질타하는 소리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그동안 나에게 이런저런 루트로 사연을 보내고도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던 얼굴 모르는 미래의 에이전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또 이 책 출간을 통해 일일이 답장을 보내지 못한 나의 무성의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다.
스포츠 에이전트와 관련된 참고서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무하다시피 했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글을 쓴다는 것이 어색해서인지, 아니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여겨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참고 서적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실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을 끄집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지난 13년 동안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현장을 누비면서 겪었던 경험과 그때마다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어떤 사람들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지, 밥벌이는 되는지…. 에이전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부터 실제 이적작업을 하면서 현장에서 겪었던 뒷이야기, 그리고 에이전트 비즈니스의 새로운 트렌드 등 가능하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에이전트의 세계를 보여주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논의 초점이 흐려지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에이전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물론, 프로선수를 꿈꾸거나 또 현역에 있는 프로선수들, 그리고 선수 가족, 나아가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관련 기관들과 정부의 스포츠 정책 입안 관계자들, 스포츠산업 관계자들도 참고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공식적으로 축구에서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야구, 농구, 배구 등 여타 프로스포츠에 이미 실재하고 있다. 또 그 역할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축구 에이전트를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은 2009년부터 <스포츠동아>에 게재한 ‘사커에세이’라는 칼럼들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칼럼은 모두 80여 편에 이르지만 그중에서 책의 내용과 부합되는 40여 편만 선별해서 실었다. 학술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에이전트이 개념이나 기원, 축구이외의 스포츠 에이전트 등 본류와 무관한 내용도 과감히 생략했다.
책 내용은 대부분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과 생각들을 풀어낸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려 노력했음에도 일부는 주관적인 견해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걸 나의 경험과 시각들이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희미하나마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보기에 따라 서툴고 어설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빛 하나 없는 깜깜한 사막에서 나침반도 없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기자출신으로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과감히 첫발을 내디딘 사람의 기록임을 감안해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책을 내기로 결심하니 그동안 에이전트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내가 기쁨을 주었던 사람들보다는 내가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그래도 그분들이 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저 고맙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그 분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때마침 나의 첫 고객이었던 이영표가 14년간의 파란만장했던 프로선수 생활을 접고 막 은퇴를 했다. 가슴 한쪽이 휭 뚫린 것 같은 상실감에 며칠 동안 가슴앓이를 했었다. 에이전트의 마음은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꼼꼼히 법률 검토를 해준 김동원 변호사와 ‘사커에세이’ 게재에 도움을 준 <스포츠동아> 최현길 부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매일 매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자료 수집을 도와준 류택형 상무, 진성언 이사, 한동혁 차장을 비롯한 지쎈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13년 11월 한강로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