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제 마음에도 웃음과 씩씩함이 데구루루 찾아왔습니다. 그림과 글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 그림책을 짓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합니다. 그림책 『고사리 가방』 『귤 사람』 『여름의 루돌프』, 에세이 『쓸쓸했다가 귀여웠다가』를 짓고, 동화 『오늘부터 배프! 베프!』 『우리에게 펭귄이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방이 무거운 날엔 시집을 골라 가방 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다 밖의 풍경이 심드렁해지면 시집을 꺼낸다. ‘차례’ 페이지를 펼쳐 요새의 관심사와 닿아 있는 제목의 시를 찾아 그 시부터 읽는다. 동물원에 가고 싶으니까 「동물원」을, 여름이 막 끝났으니까 「여름의 애도」를 먼저 읽는 식이다. 정말 닿아 있다면 좋고 아주 달라도 그것도 좋아한다.
하얀 종이 위의 검은 글자뿐인데 시집은, 여기에서 저기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어떤 냄새가 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하다.
바깥의 풍경이 더 좋다면 펼치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오해해도 괜찮아,
너는 그런 사람이어도 괜찮아.
시가 괜찮다고 말한다.
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시집을 보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곤 한다.
여기에서 저기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다. 가늘고 하얗게 모여 서 있는 시집들 사이에 가방 안의 시집을 꺼내어 꽂는다. 바깥은 어둑하고, 촘촘해진 책등의 흰빛은 더 밝아졌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