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 앞에서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 등이 있고, 대한민국문학상과 대구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구석본 시인의 시는 소멸과 생성, 죽음, 허무, 관계 등 익숙한 소재와 주제들을 다룬다. 그런 연유로 해서 얼핏 평범해 보이는 그의 시들은 읽을수록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긴다. 소재는 같을지라도 거기서 이끌어내는 결론은 같지 않다. 삶, 죽음, 관계, 허무 등의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이미지와 내용들을, 그의 시는 비껴간다. 예상되는 상식을 깨는 반전, 그것이 구석본 시의 독특함이다.
소멸이 사라짐이나 끝이 아니고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생명들은 육식성을 보존함으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말한 구석본 시의 특징이었다. 이 특징은 색깔을 달리하여 서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시들로 재현되기도 한다. 바싹 마른 것들, 굳어있는 것들, 이미 소멸이 진행되어 죽어있는 것들. 이것들은 시인의 언어로 호명되어 다시 살아난다.
다섯 번째 시집이다.
그동안 시 쓰기보다 세상과 불화에 몰두했다.
그들의 질서 바깥에서 외로웠다.
그 불화와 외로움으로
두 종의 시전문지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시 쓰기보다 남의 시를 읽는 데 몰두했다.
여전히 외로웠다.
이제 내 시와 불화할 것이다.
그리고 외로워할 것이다.
여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9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