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났고 전라도 광주에서 살았습니다.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한 뒤 서울로 올라와 잡지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의뢰받은 그림을 그려 오면서 늘 마음 한편에서는 내 목소리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만든 첫 번째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이 있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에 나가셨던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뒤 군대에서 나와, 영암 산골에 들어가 감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지도 않을 거면서 감나무는 무엇하러 힘들게 심느냐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감나무 산에 못 가게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말리셨는데도 아버지는 혼자 감나무를 키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습니다. 살아생전 군대 이야기, 전쟁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하셨던 아버지가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대신 해 봅니다.
우리 자손들은 총을 들고 싸우지 않기를, 다시는 전쟁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만을 바라셨을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전쟁으로 고통 받은 분들과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