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방송사에서 구성작가로 일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지프 신화』, 『여백으로부터 글쓰기』, 『겸손의 힘』, 『성과로 말하는 사람들』, 『성공을 설계하는 리더들』, 『성장을 이끄는 팀장들』 등이 있다.
《폭풍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10년에서 1611년 사이에 집필한 작품으로, 은퇴 전 마지막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혹은 5대 희극에 속하지도 않고 널리 알려진 작품도 아니지만 《폭풍우》에는 다채로운 읽을거리와 더욱 무르익은 셰익스피어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복수를 꿈꾸는 프로스페로가 그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다루었으니 작품의 주제를 “착한 자는 복을 받고 나쁜 자는 벌을 받는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폭풍우》는 여러 가지 형식이 결합된 다채로운 구성만큼이나 전달하는 메시지도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프로스페로는 알론조와 안토니오, 세바스찬이 뉘우치기만 한다면 자신도 복수를 강행하지만 않겠다는 뜻을 비친다. ‘용서가 복수보다 더 가치 있는 행동’(본문 제5막 제1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국을 되찾고 미란다를 퍼디넌드와 결혼시킨다는 목적을 이룬 후에 자신을 외딴 무인도로 내쫓은 안토니오 일행을 용서한다. 애초에 안토니오가 프로스페로의 공작자리를 빼앗을 수 있었던 이유도 프로스페로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법과 환상의 세계에만 빠져서 살았기 때문이다. 선한 자에게도 약점은 있고 악해 보이는 자에게도 그럴 만한 명분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선과 악으로 명백하게 구분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던가? 무언가를 빼앗으면 그 사람이 무조건 잘못한 것이고, 뺏긴 사람은 억울하게 당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렇듯 복합적이고 때로는 선과 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지점을 반영함으로써 《폭풍우》는 보다 통찰력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