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으면 만화가, 두 아이 옆에선 엄마. 그때그때 맞는 나를 꺼내 쓰며 십 년째 살고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작업이라 믿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오래오래 만화 그리며 잘 살고 싶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그녀들의 방》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자매의 책장》 어린이 만화 <나리나리 고나리> (모두 3권) <검정마녀 미루> (모두 2권)가 있다.
2013년에는 《나라의 숲에는》으로, 2023년에는 《자매의 책장》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나는 그 계절 속에 서 있다. 분명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났을 텐데 그 시절을 떠올리면 언제나 추웠던 날들만 떠오른다. 가만히 서서 어딘가로 걸어가는 그녀들을 바라본다. 그녀들을 따라 도서관으로, 노량진 거리로, 지하 공장으로, 작은 자취방으로, 내 기억 속 장소들로 걸어간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내 안의 어떤 상처가 우지끈하게 아파 오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줄임)
이제 나는 그녀들이 사는 계절을 지나, 전혀 다른 계절을 걷고 있다. 여기에는 나만 바라보는 두 아이가 있고, 나와 함께 걸어가는 남편과 식구들이 있다. 우린 여전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힘겹게 걷는다. 하지만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에서 신기루처럼 보였다가 사라지는 반짝임을 볼 수 있다. 이제는 그 작은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차가운 계절을 걷는 누군가에게도 이 ‘작은 반짝임’을 전하고 싶다.